"혁신 없는 대학엔 정부 지원 못 해…폐교 쉽게 법적절차도 보완"

입력 2023-02-26 18:44   수정 2023-02-27 01:19


“교육부도 반성해야 하지만 대학도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에 과감히 나서야 합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교육부는 사업별 칸막이에 막혀 비효율성의 극치를 달리던 대학 재정지원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며 “대학은 변하지 않고 정부 혼자 노력해선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중앙부처가 쥐고 있던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중 50%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지원사업의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존 재정 권한을 내려놓고 혁신에 나선 만큼 대학도 강도 높은 혁신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열악해 대학 재정 악화가 심하다. 한국의 대학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64%에 불과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인해 초·중·고교는 평균 이상이다. 인력자원에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도 숫자는 많은데 교수들이 수많은 사업을 지원하는 데 매달려야 해 비효율적이다.

▷이 부총리=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를 추진하며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대학 지원 사업이 한국의 예산사업 중 가장 효과 없는 사업이란 것이다. 지금껏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대학이 사업에 지원할 때도, 돈을 받아 쓸 때도 칸막이가 쳐져 자율성이 없다. 교육부는 이를 전면 개편해 칸막이를 없애고 있다.

거꾸로 대학도 노력해야 한다. 미국 주립대는 주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지역 혁신과 취업, 사회문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해 보고서를 공개한다. 한국 대학도 정부 재정지원으로 어떤 효과를 냈는지 실증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공별 칸막이가 심한 것은 대학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변화하지 않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대학 구조개혁을 위해선 자발적 퇴로를 여는 입법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 대학은 2000년대 들어 18개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학령인구 감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부실한 대학이 사라지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으로 문을 닫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교법인을 해산하면 다른 대학에 넘기거나, 국가가 모든 재산을 가져가는 식이다.

▷이 부총리=대학 구조개혁은 법을 통과시켜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가장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실 위험이 높거나 회생이 어려운 사립대는 스스로 폐교할 수 있도록 과감히 퇴로를 열어주고자 한다. 학교법인을 청산해도 자산을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고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으로 바꿔 재단이 자산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 이사장=고졸 취업 성과가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졸 취업 문제가 크게 개선됐는데,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고졸 청년 고용률이 34개국 중 32위로 바닥이다.

▷이 부총리=당시 고졸 취업 성과를 낸 핵심 정책이 마이스터고다. 이전까지 직업기술학교는 모두 이류, 삼류였으나 마이스터고는 일류 학교로 거듭났다. 실패해가던 학교가 ‘턴어라운드’한 것이다. 지금은 ‘마이스터고 2.0’이란 이름으로 마이스터고 제도를 다시 한번 도약시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고졸 취업은 지역 소멸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고졸 취업과 지역대학 취업 문제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풀어가겠다.

▷박휘락 국민대 특임교수=교육 개방성이 부족하다. 현장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강의실로 불러들여 학생들이 따끈따끈한 지식을 배우게 해야 한다. 대학에 자동차학과가 있다면, 교수는 수업 전체를 디자인하고 강의자를 섭외하되 강의 상당 부분은 현대자동차 등 기업 실무자가 와서 채워줘야 한다.

▷이 부총리=강의실을 개방하기 위해 대학의 4대 요건을 완화하고, 대학 전체 교수 중 30%까지 겸임교수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기업이 선도하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실무자를 강의실로 부르는 미국 대학처럼 한국 대학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초·중·고교도 마찬가지다. 마이스터고는 해당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가 고교 강사로 일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식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 과목 수가 많이 늘어나 교실 개방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박 특임교수=사교육비 문제도 있다. 과거 전두환 정부 등은 규제로 사교육을 퇴출하려 노력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도 일부 사교육비에 있다.

▷이 부총리=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해왔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제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낼 때 단 한 차례 감소했다. 당시 사교육비 절감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정책은 뭐니뭐니 해도 방과후교실이다. 학교 밖에서 하는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원보다 더 안심할 수 있는 학교에서, 더 저렴하게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추진 중인 늘봄학교는 돌봄 기능도 중요하지만 예체능과 영어, 수학 등 수업 콘텐츠를 제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인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장=모두 금기시하는 등록금 이야기를 하겠다.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돈이 없어서다. 등록금 인상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해서라도 풀어야 한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 교수가 한국 대학에 오면 미국 대학의 3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훌륭한 교수가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서울대도 교원이 오지 않아 충격에 빠졌다. 경영학은 경제학보다도 해외 대학과의 교수 급여 차이가 심하다. 대학 재정을 감사할 때 인건비 지출이 높으면 지적당한다. 인건비를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 부총리=대학 등록금 이슈는 지난 10년 동안 왜 우리 교육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휘발성 강한 이슈가 다른 정책 이슈를 잡아먹으니, 교육의 본질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예린/최한종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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